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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 탐방] 영풍문고 왕십리점 (feat. 늦었지만, 인생 고민 좀 하겠습니다)

독서의 즐거움

by 하나비+ 2020. 12. 16. 0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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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오랜만에 서점이다. 영풍문고 왕십리점이 생겨서 한번 방문해보았다. 작년 3월에 오픈해서 채 2년도 되지 않은 곳. 영풍문고는 항상 종로점만 갔었는데 다른 지점을 오니 신기하다. 

 

 

 

입구가 작아보였는데 안에 들어오니 공간이 생각보다 꽤 크다. 어린이 코너는 역시 아기자기하게 꾸며져있다. 나도 어릴적 캐릭터 스티커에 완구 종류 정말 좋아했었는데, 아직도 좋아한다 ㅋㅋ 그저 집에 놓을 자리가 없어서 들이지 못할 뿐. 미래에 대궐같이 넓은 집에 살 수 있게 된다면 키덜트 취향을 뽐낼거다.

 

 

할리스 매장이 있다. 요즘은 서점마다 카페 하나씩은 운영하는게 트렌드인가? 카페에서 좋은 커피 향도 나고 따뜻한 먹거리가 있으니 서점에 더욱 온기가 도는 느낌이다. 코로나 2.5단계로 지금은 자리를 다 치워놓았다.

 

 

서점을 둘러보다 보니 작고 귀여운 책들이 시선을 끈다. 한 손에 딱 들어갈 사이즈의 고전 소설이다.   

 

 

북퍼퓸도 있네. 향수 이름이 안나카레리나, 진달래꽃, 오만과편견 .. 무척 귀엽다. 시향해보니 향은 어디선가 맡아본 향이다. 책 선물할 때 같이 보내기 좋아보인다. 

 

 

요즘 서점은 인테리어가 참 세련되었다. 20년 전 종로2가에 있었던 종로서적이 문득 생각난다. 오래된 서점의 전형이었다. 계단이 다 닳아서 가운데가 반질반질하고 옴폭 파여있었다. 작은 빌딩에 5개층 정도를 다 종로서적이 썼다. 층마다 다른 분야의 책들을 전시 해놓아서 당시 초딩이었던 나는 계단을 좋다고 오르내리며 책 구경을 했다. 

 

 

나는 당시 인사동에 영어학원을 다녔는데 용돈을 모아 종로서적에서 필통을 샀던 일이 기억난다. 또 다니던 성당의 신부님이 다른 성당으로 옮겨가시게 되었을 때, 종로서적 종교 코너에 가서 작은 액자 하나를 신부님 작별선물로 골랐던 일도 있다. 종로서적은 많은 추억에 담긴 서점이지만 중학생이 되면서 나는 세련된 광화문 교보문고를 주로 찾았다.

 

종로서적이 어느 날 갑자기 문을 닫게 되었다. 문을 닫는 다는 소리를 들으니 그동안 더 자주 가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쉬웠다. 공사를 하는가 싶더니 새 건물이 세워지고, 아무런 일도 없었다는 듯 종로 2가는 다시 바쁘고 활기차게 돌아갔다. 서점이 사라진 자리에는 피부과, 변호사 사무실, 카페 등이 들어섰다. 가끔 그 곳을 지날 때면 종로서적의 반들반들한 계단이 머릿속에 떠오른다. 

 

 

오늘은 무슨 책을 볼까 고민하다가 '늦었지만, 인생 고민 좀 하겠습니다'를 집었다. 딱 내 상황이다. 뒤늦게 인생 고민하느라 조용히 숨죽여 지내고 있는 나. 첨엔 알고 지내던 사람들과 연락도 자주 했었는데 어느 순간 그 사람들이 나를 걱정하게 시작했다.

 

나는 지금 이대로 좀 비워진 상태에 머무르고 싶은데 주변에서 나를 '아직 해결하지 못한 문제'처럼 느낀다는 것이 불편했다. 나는 아무렇지 않은데 나를 바라보면서 안타까워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내가 그 사람들에게 때아닌 짐을 지운 느낌이다. 연락이 뜸해지면 그 사람들은 나를 잠시 잊고 살 것이다. 문제 하나를 잊을 수 있다. 나중에 또 만날 날이 있겠지.

 

 

 

20대 초반에 나는 '꿈'에 대해서 회의적이었다. 그저 퇴근하고 좋은 사람들이랑 닭발에 소주한잔 하는 게 제일 좋은 인생 아닌가? 하고 그 밖엔 별 꿈이 없었다. 그래서 워라밸이 보장되는 직장이 최고의 직장인 줄 알았는데, 그게 꼭 그렇지만은 않았다. 물론 내 경우엔 워라밸도 못 챙겼지만. 사람마다 자기한테 맞는 무언가가 있는 것 같다.

 

그저 자리만 채우면서 사는 건 허무하기도 하고, 내가 점점 도태되는 것 같더라. 언제라도 내 자리가 다른사람에 의해 대체될 수 있으면 그만큼 나는 조직에 의존적일 수 밖에 없다. 한 직장에 오래 다니면서 안정적으로 사는 것은 본인 의사와 성질 다 죽이고 순종하는 삶을 살수 있는 사람들의 것이다. 나는 그런 사람이 아니라 조금 다른 길을 찾아야 한다. 

 

항상 이것 저것 시도하기 좋아하는 나는 실행력, 추진력, 용기는 있는 편. 근데 용두사미 될 때가 많다. 좀 더 신중하게 결정해서 나한테 꼭 맞는 것 꾸준히 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블로그도 새로 시작해보고, 코딩도 배워보고 가능성이 있는 것들을 하나씩 해보고 있다. 잘 하는 것보다 꾸준히 한번 해 보는 것이 목표다. 

 

안하던 것을 하려니 내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입은 것 같을 때도 있다. 잠시 멈추어 지내면서 어떻게 살아야하는가에 대한 생각이 완전히 바뀌어 버려서 이전의 생활로 다시 돌아갈 수는 없다. 죽이되든지 밥이되든지 무조건 전진이다. 완벽하지 않아서 불편하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나는 꽤 완성된 사람이라고 믿는다. 지금까지 해왔던 것을 잘 조합하면 그럭저럭 먹고살 수 있을 것 같다. 

 

 

어느덧 연말이다. 올해도 이제 보름남짓 남았다. 크리스마스 트리가 반짝거려도 이전같은 설렘은 안 생긴다. 혼란스러운 시대, 어쩌면 좋은 기회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잊지말고 순간에 집중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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